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도쿄에 공식 전시됐습니다. 지난해 우익 단체들의 방해와 협박으로 전시가 무산 됐다가 10개월 만에 다시 열리게 된 건데, 오늘도 우익 세력의 과격한 방해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입니다.
도쿄 공립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평화의 소녀상 관람객들이 소녀의 눈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조선인 강제연행 추도비는 천으로 덮어씌워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판했습니다. 해골과 함께 등장한 과거 일왕의 모습도, 주름 깊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얼굴도 전시장에 내걸렸습니다. 지난해 여름 우익 세력의 협박으로 무산된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전이 열 달 만에 열린 겁니다.
전시 개막과 함께 우익들의 시위도 시작됐습니다. [“강제연행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없지 않나! (표현의) 부자유전은 즉각 중지하라!”] 종일 전시장 주변을 돌며 차량과 확성기를 동원해 견디기 힘든 소음으로 전시를 방해하고,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합니다. [오무로 에미/관람객 : “작품을 보는 중에 주변의 소음이 들리니까, 정말로 ‘표현의 부자유’라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2019년 아이치트리엔날레 전시는 협박으로 사흘 만에 중단됐고, 나고야 전시 때는 실제로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배달됐습니다. 경찰의 경비는 한층 강화됐고, 관람객들은 보안검사를 거쳐 입장합니다. [오카모토 유카/표현의 부자유전 실행위원회 공동대표 : “방해 행위로 인해 전시를 개최할 수 없다는 건 일본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